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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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3 15:02
[조선일보] [양해원의 말글 탐험] [43] 자신을 높이라고 배우진 않았을 텐데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6/2017070603372.htm… [5]

하늘 같은 편집국장은 새파란 수습기자도 귀하(貴下)라 불렀다. 잘해야 자네, 당신, 할 줄 알았더니…. 반면, 이름은 빼고 "(나) 부장인데" 하는 소리를 전화 너머로 들으면 퉁명스럽지 않아도 껄끄러웠다.

자기를 가리킬 때 직함(職銜)을 앞세우고 이름을 뒤에 대는 게 올바른 예절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가 제대로 보여줬다. 조선일보 지령(紙齡) 3만호 축사를 '대통령 문재인'으로 맺은 것이다. 물론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라 부르지만, 대통령도 스스로는 직함을 이름 뒤에 붙이지 않아야 한다.

"안녕하세요. ○○○ 셰프입니다." 텔레비전에서 더러 흘러나오는 말이다. 요리 전문가를 요리사라 했다간 큰일 날 듯한 세태는 관두고라도, 직함을 뒤에 붙이는 결례가 귀에 걸린다. 새 정부를 꾸리는 청문회를 보면 이런 타박거리만 쌓인다.

"○○당 아무개 의원입니다. 우리 후보자께서…." 나랏일 맡을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가늠하러 나온 의원들은 열에 아홉 이렇게 자기를 높였다. "무슨 당 (어디 지역구) 의원 아무개입니다" 해야 하건만 "내가 누구인지 알지?" 하는 듯하다. 청문 대상뿐 아니라 국민도 보고 들음을 모르는 걸까. 표를 애걸하던 유권자는 머릿속에서 지웠나 보다. 그래놓고 "후보자께서" "우리 후보자님" 하고 높이는 모습이 야릇하다.

이 '후보자'라는 말 또한 그렇다. 요즘은 대통령 당선자라 하지 않고 당선인이라 한다. '놈 자(者)'가 걸려서? 한데 죄를 저질러 재판받는 이는 '놈'이 아니라 '사람', 곧 피고인(被告人)이다. 그런가 하면 의롭게 죽은 이는 '놈 자'를 써 의사자(義死者)라 한다. 결국 '자'와 '인' 구별이 희미해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후보라는 말뜻에 이미 '사람'이 담겼으니 '인'이든 '자'든 군더더기 접미사 아닐까.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겨운 복을 차버렸다는 소리에 귀가 따갑다. 갑질하는 시간 조금만 떼서 사전 한번 찾아봤으면 좋겠다. 등고자비(登高自卑).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 2017.07.07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