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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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23 16:52
[부산일보] [바른말 광] 구별과 구분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50618541484739 [1]

말장난 같은 질문 하나. ‘구분’과 ‘구별’은 구별해야 할까, 구분해야 할까.

*구분(區分):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눔.(구분을 짓다./서정시와 서사시의 구분은 상대적일 뿐이다.)

*구별(區別):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남. 또는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음.(신분의 구별./공과 사의 구별./요즘 옷은 남녀의 구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봐도 어떻게 다른지는 좀 모호하지만, 알고 보면 ‘구분’ 뜻풀이에 열쇠가 있다. 바로 ‘전체’라는 말. 즉, 경우의 수를 합쳐서 전체가 되면 구분으로 쓴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뜻풀이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눔’이 아니라 ‘몇 개로 갈라 나눔’으로만 해도 충분했을 터. 그러니 〈“욕망과 영웅 구분하는 사람이 되길”〉이라는 어느 신문 제목은 틀린 셈.

한데, 그러고 보니 ‘구별’ 보기글 가운데 ‘공과 사의 구별’이 좀 어색하다. 전체를 나누면 ‘공/사’ 이외에 다른 무엇이 더 있지 않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표준사전에서 ‘공사(公私)’를 찾아보니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다’라는 보기글이 달려 있다. 아래는 표준사전에 실린 다른 보기글들.

*여러 가지 식품을 계량할 때에는 무게로 달 것과 부피로 잴 것을 구분한 뒤, 다음과 같은 순서와 방법으로 한다.(‘계량하다’ 보기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수도에만 전념할 승려와 행정과 교화를 담당할 승려로 명백히 구분하자는 것이다.≪김성동, 만다라≫(‘명백히’ 보기글)

*배냇저고리는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여유 있는 집에서는 딸과 아들이 입는 것을 구분하였다.(‘배냇저고리’ 보기글)

*난리가 일어나자 사농공상 구분 없이 적들에 대항했다.(‘사농공상’ 보기글)

다만 아래 보기글에서 ‘구분’은 ‘구별’이 돼야 할 터. ‘한국, 일본, 중국 사람’을 합하면 전체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이 서로 어슷비슷해서 구분을 잘할 수 없다고 한다.(‘어슷비슷하다’ 보기글)

아니 그러면, ‘구별’ 보기글 가운데 ‘남녀의 구별’도 남녀를 합하면 전체가 되니 ‘구분’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건, 뭐, 남녀 외에도 양성을 가진 채 태어나는 사람도 있는 데다, 성 정체성 쪽으로 봐도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구별이 더 어울리겠다.

하여튼 그래서, 첫 질문으로 돌아가면, 구분과 구별은 ‘구별’해야 한다.



이진원 교열부장
jinwoni@busan.com
입력 : 2020-05-06 18:54:25 수정 : 2020-05-06 19:02:01 게재 : 2020-05-06 19:04:18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