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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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23 16:42
[부산일보] [바른말 광] 모자를 입고?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32518565501428 [1]

‘독일은 전체 거래에서 현금이 79%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에서 매우 독특한 나라다.’

이러면, 현금 거래 비중 79%인 것은 독일일까, 유럽일까. 독일이라면 이래야 했다.

‘독일은 전체 거래에서 현금이 79%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에서 매우 독특한 나라다.’

쉼표 하나만 찍어도 혼란을 막을 수 있었던 것. 혹시 유럽이라면 이래야 했다.

‘현금 거래 비중이 79%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독일은 매우 독특한 나라다.’

글머리처럼 모호한 문장이 생기는 건, 두말 할 것 없이 ‘퇴고 부족’ 때문이다. 글은, 절대로, 썼다고 다 쓴 게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다듬고 살펴보고 고쳐야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당연히 빛나게 돼 있다. 퇴고는 글 쓰는 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인 것.

“초보자가 많은 아시아 관광객을 잡기 위해 (일본 동북스키장들은)스키장 일부를 쇼핑 구역으로 개조해 가전이나 미용, 시계 등을 파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이 신문 기사도 그 당연한 걸 하지 않아서 어색하다. ‘가전이나 미용, 시계 등을 파는’에 잘못이 있는 것. 즉, 가전이나 시계는 서술어 ‘파는’과 위화감 없이 결합하지만, ‘미용’과 ‘파는’은 덜컥거린다. ‘미용용품’을 잘못 쓴 걸까.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더위에 취약한 노인과 영유아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외출 시 모자와 헐렁한 옷을 입고 주기적으로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

이 문장에서도 서술어가 문제. ‘모자와 헐렁한 옷을 입고’에서 ‘옷-입고’는 상관없지만 ‘모자-입고’에서 그만 엇박자가 난다. 모자와 옷을 함께 품으려면 이 말을 써야 했다.

*착용하다: 의복, 모자, 신발, 액세서리 따위를 입거나, 쓰거나, 신거나 차거나 하다.

아래 문구는 시내버스 뒷문에 붙어 있는 글인데, 뭔가 어색하다.

‘출발하는 버스는 세우지 않으며, 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승·하차 요구하지 말아주세요.’

승객에게 당부하는 문장이니 ‘출발하는 버스는 세우지 말고’라야 뒤에 나오는 ‘말아주세요’와 적절히 호응할 터.

다음은 어느 신문에 실린 글인데, 직접 고쳐 보시기를….

‘감태로 만들어내는 음식으로 ‘감태지’ ‘감태무침’ ‘감태국’ 등이 있고, 감태를 말려 ‘감태김’을, 감태로 전을 부친 ‘감태전’, 감태를 건조, 분말로 가공해 다양한 음식 위에 뿌려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진원 교열부장
jinwoni@busan.com
입력 : 2020-03-25 18:57:21 수정 : 2020-03-25 18:58:08 게재 : 2020-03-25 19:05:3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