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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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23 16:39
[부산일보] [바른말 광] 아쉬워라 표준사전⑦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31119403497776 [1]

‘삯을 주고 빌려서 부치는 밭 400평과 논 다섯 마지기를 빌려줬다.’

이 문장,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빌리는 밭을 빌려줬다? 이런 이상한 문장 출처는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이다.

*밭도지: ①남의 밭을 빌려서 부치고 그 삯으로 해마다 주인에게 내는 현물. 또는 그렇게 내는 삯.(밭도지 보리./밭도지 2년 치를 미리 주다./금년 농사에 1평당 1천 원씩의 밭도지가 들어갔다.) ②삯을 주고 주인에게 빌려서 부치는 밭.(밭도지를 얻다./밭도지 400평과 논 다섯 마지기를 임대하다.)

보기글 ‘밭도지 400평과 논 다섯 마지기를 임대하다’가 바로 첫 문장과 똑같은 내용인데, 임대하다(빌려주다)를 임차하다(빌려 쓰다)로 썼더라면 저런 어색함은 피할 수 있었을 터. 만약 임대인이라면, ‘밭도지’ 대신 ‘밭’이면 충분. 다른 보기글에 나온 ‘1평당 1천 원씩’도 어색하다. ‘1평당’에서는 ‘1’이, ‘1천 원씩’에서는 ‘씩’이 필요 없었다. ‘평당 1천 원’이면 충분했던 것.

‘요기를 한 후 태영은 주막집 방의 훈훈한 온돌방에 앉아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의 일자를 수첩에 기입했다.’

표준사전 올림말 ‘일자(日子/日字)’ 보기글인데, ‘주막집 방의 훈훈한 온돌방’도 중복돼 어색하다. ‘훈훈한 주막집 온돌방’이면 됐다.

‘모두들 약장수 주위에 빙 둘러서서 원숭이 입에 불붙인 담뱃불을 댕겨 주는 모습을 보면서 킬킬 웃고 있었다.’

올림말 ‘불붙이다’ 보기글인데, ‘불붙인 담뱃불을 댕겨 주는’이 어색하다. ‘담뱃불을 댕겨 주는’만으로도 뜻이 통한다. 아니면 '원숭이 입에 불붙인 담배를 물려 주는'이라는 뜻일까.

*장대(將臺): 장수가 올라서서 명령·지휘하던 대. 성(城), 보(堡) 따위의 동서 양쪽에 돌로 쌓아 만들었다.

이 뜻풀이에선 ‘동서 양쪽’이라는 설명에 의문이 생긴다. 남한산성이나 대구읍성은 동서남북 4군데, 동래읍성만 해도 동·서·북 3군데에 장대가 있(었)는데….

‘밤엔 연탄을 지피지 않고 석유난로 하나만으로 보온하기로 했다.’

‘보온하다’ 보기글인데, ‘연탄을 지피지’가 어색하다. ‘지피다’는 ‘아궁이나 화덕 따위에 땔나무를 넣어 불을 붙이다’라는 뜻.

‘그의 형인 박창돈은 비록 대령 계급으로 머물고 있긴 했지만 예편된 뒤로도 계속 모 부처의 요로에 앉아 있었다.’

이 ‘머물다’ 보기글은 혼란스럽다. ‘대령 계급으로 머물고 있긴 했지만’을 보자면 아직 현역 군인이라는 말인데, 뒤이어 ‘예편된 뒤로도’라고 했으니 마구 헷갈리는 것.




이진원 교열부장
jinwoni@busan.com
입력 : 2020-03-11 19:40:35 수정 : 2020-03-11 19:41:52 게재 : 2020-03-11 19:46:16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