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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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1-06 16:54
[부산일보] [바른말 광] 아쉬워라 표준사전①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1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122518542835862 [13]

〈29중 추돌사고 났던 곳서 또다시 ‘쾅’..경사로 때문?〉

이 교통사고 기사 제목에 나온 ‘경사로’를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은 이렇게 풀이한다.

*경사로: 병원, 전시장, 차고 따위에서 주로 이용하는 경사진 통로. 물매는 8분의 1 이하로 하고 표면은 미끄럽지 않은 재료를 쓴다.(건물 입구에 휠체어를 탄 지체 부자유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비슷한말」 비탈길

이러면, 저 제목에서 ‘경사로’를 잘못 쓴 셈이 된다. 한데, 경사로와 비슷한말이라는 ‘비탈길’은 또 이렇게 풀이한다.

*비탈길: 비탈진 언덕의 길.(비탈길을 오르다./비탈길에서 넘어져 바위에 부딪쳤다./여자는 얼음이 얼어서 미끄러운 비탈길을 주춤주춤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김승옥, 환상 수첩〉 「비슷한말」 경사로(傾斜路)

이렇다면 저 제목에 ‘비탈길’은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말이라는데, 경사로는 안 되고, 비탈길은 되고…. 이러면, 과연, 대체할 수 없는 말을 비슷한말이라 불러도 될는지….

표준사전을 보다 보면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잘못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그게 국어사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래는 표준사전 올림말 ‘박진감’에 딸린 보기글.

‘기범은 자기와의 친소에 따라 묘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순전히 흥미만을 위해서도 얼마든지 허황한 거짓말을 지어낸다. 이때의 그의 거짓말을 누구라도 속을 박진감 넘치는 요란한 것이다.〈홍성원, 무사와 악사〉’

여기서 ‘그의 거짓말을’은, 아무리 봐도 ‘그의 거짓말은’이라야 뜻이 통한다.

‘그까짓 것 또 한 번 그놈들 삼 개국을 상대해서 한판 해보든지 할 거지 못 넘어 꿀떡한 것을 어떻게 도로 뱉어 놓는다는 거냐.〈유주현, 대한 제국〉’

이건 ‘꿀떡하다’ 보기글인데, ‘못 넘어 꿀떡한’은 아무래도 ‘목 넘어 꿀떡한’이라야 더 어울릴 듯하다.

*탁: ①갑자기 세게 치거나 부딪거나 차거나 넘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⑤침을 세게 뱉는 소리. 또는 그 모양.(팔기는 손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으며 발채 위에 얹힌 삽자루를 힘껏 잡는다.〈김춘복, 쌈짓골〉)

침을 세게 뱉는 ‘모양’이라면 모르겠는데, 뱉는 ‘소리’가 이렇다면, 좀 우습다. 침 뱉을 때 난다는 저런 소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퉤’라면 또 모를까. 게다가 “탁”은 사실, ‘뱉는 모양’이라기보다는 침이 뱉은 곳에 ‘떨어지는 모양’에 가깝기도 하고….



이진원 교열부장
jinwoni@busan.com
입력 : 2019-12-25 18:54:28수정 : 2019-12-25 18:55:44게재 : 2019-12-25 19:01:5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