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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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8-29 12:11
[부산일보] [바른말 광] 스스로 깨우칠 순 없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3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082818510320921 [4]

〈깨우침과 가르침〉

어느 신문 칼럼 제목이다. 한데, 이 제목은 ‘달리는 것은 스스로 깨달았지만, 브레이크 쓰는 법을 가르쳐 준 건 아버지였다’라는 글 내용과 맞지 않는다. 본문을 보자면 ‘스스로 깨닫다-아버지가 가르쳤다’ 구조인데, 저 제목은 그런 뜻이 아니기 때문. 깨우치다가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저지른 잘못이다. ‘스스로 깨우치다’라는 표현은 도대체 성립할 수가 없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깨우치다: 깨달아 알게 하다.(동생의 잘못을 깨우쳐 주다.)

즉, ‘깨우치다’는 다른 사람이 깨닫게 한다는 말이다. ‘스스로 깨닫다’라는 뜻이 아닌 것. 스스로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라는 뜻이라면 ‘깨치다’라야 했다. 깨우치다에 들어 있는 ‘-우-’는 일부 동사 어간 뒤에 붙어서 사동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깨다-깨우다/비다-비우다/서다-세우다’에서 뒷말들에 들어 있는 ‘-우-’가 바로 사동 접미사다.

그러니 저 칼럼에서 ‘깨우침/가르침’은 모두 아버지가 했던 일인 것. 제목을 바르게 고치자면 〈깨침과 가르침〉이 된다. 즉 〈(나의)깨침과 (아버지의)가르침〉인 것이다. 본문에 나온 ‘달리는 것은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스스로 깨우쳐도…’라는 구절 역시 ‘스스로 깨쳐도’라야 했다.

〈‘라디오스타’ 강주은 “남편 최민수 시험해보려 담배 피는 시늉 한 적 있어”〉

이 기사 제목에 나온 ‘피는’ 역시 ‘피우는’이라야 한다. ‘불이 피다’의 사동이 ‘불을 피우다’이듯이, 담배가 타게 하는 건 ‘피다’가 아닌 ‘피우다’라야 하기 때문. ‘타다-태우다’를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겠다.

‘(영화 ‘기생충’ 출연)배우들 역시 “밤도 안 새고 열심히 했다. 표준계약서를 처음으로 적용한 영화라 배우들도 밤을 새지 않아서 정말 예쁘게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여기 나온 ‘새고, 새지’도 ‘새우고, 새우지’라야 했다. 표준사전을 보자.

*새다: 날이 밝아 오다.(어느덧 날이 새는지 창문이 뿌옇게 밝아 온다./그날 밤이 새도록, 그는….)

*새우다: (주로 ‘밤’을 목적어로 하여)한숨도 자지 아니하고 밤을 지내다.(밤을 새워 공부하다./…/몇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즉, ‘새는’ 건 ‘날’이 스스로 하고, ‘새우는’ 건 ‘사람’이 하는 것. 이건 ‘밤새다/밤새우다’도 마찬가지다. 각각 ‘밤이 지나 날이 밝아 오다/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내다’라는 뜻. 그러니 “밤새지 마”가 아니라 “밤새우지 마”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진원 교열부장
jinwoni@busan.com
입력 : 2019-08-28 18:51:03수정 : 2019-08-28 18:51:48게재 : 2019-08-28 18:53:4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