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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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04 15:25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감기야, 물렀거라’ 대신 개치네쒜!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9  
   https://news.joins.com/article/23240418 [11]
재채기를 한 뒤에 내는 소리인 ‘개치네쒜’가 화제다. 최근 한 예능 프로에서 문제로 출제되면서다. “‘기침, 게 섰거라’ 대신 개치네쒜!” “‘감기야, 물렀거라’ 대신 개치네쒜!” 등 독감이 유행하는 요즘 딱 필요한 말이라며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이 소리를 외치면 감기가 못 들어오고 물러간다는 속설 때문이다.
 
‘개치네쒜’가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순우리말인 것도 놀랍지만 ‘섰거라’ ‘물렀거라’가 올바른 표기법인 것도 놀랍다는 이가 많다. “기침, 게 섯거라” “감기야, 물럿거라”로 써야 맞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발음으로는 구분되지 않아 표기법이 헷갈릴 때는 어디서 온 말인지 생각해 보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섰거라’를 ‘섯거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섰거라’는 ‘서 있거라’가 줄어든 말이다. 받침을 ‘ㅅ’이 아닌 ‘ㅆ’으로 표기하는 것은 ‘서 있거라’에서 온 말임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이다. 본딧말의 ‘있-’에 사용된 받침 표기가 줄어든 말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말이 줄어들더라도 하나의 개념을 하나의 형태로 일관되게 적는 게 한글맞춤법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면 본딧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
 
‘물렀거라’를 ‘물럿거라’로 적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다. ‘물러 있거라’가 줄어든 말이므로 ‘있-’의 받침을 살려 ‘물렀거라’로 표기한다. 받침으로 ‘ㅅ’과 ‘ㅆ’ 중 무엇을 쓸지 헷갈리는 경우는 또 있다.
 
‘여기 있소’ ‘여기 있다’ ‘여기 있습니다’를 줄일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옛소’ ‘옛다’ ‘옛습니다’는 바른 표기법이 아니다. ‘옜소’ ‘옜다’ ‘옜습니다’로 적는다. ‘옜소’는 ‘여기 있소’가 ‘예 있소’로 줄어들고 다시 ‘옜소’로 줄어든 말이다. ‘옜다’ ‘옜습니다’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당장 거행하렸다”의 ‘-렸다’는 ‘-렷다’로 적는 게 바르다. 줄어든 말이 아니라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 ‘-렷다’가 사용된 예다. ‘-렷다’는 “네가 길동이렷다”처럼 추측이나 다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입력 2018.12.27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