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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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04 15:24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於此彼<어차피>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7  
   https://news.joins.com/article/23232958 [9]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몇 살까지 믿을까?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좋아하는 우리 집 아이를 보면서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믿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클로스와 관련한 추억담이 많이 올라와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산타클로스가 다녀간 것처럼 잠든 후 몰래 선물 꾸러미를 머리맡에 놓곤 했는데 어짜피 산타클로스가 엄마·아빠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번거롭게 뭘 그렇게 하나 싶기도 했다” “울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안 줄까 봐 꾹 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누나가 어짜피 산타 할아버지는 없으니 울어도 된다고 말해 줬던 기억이 난다” 등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또는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든지’의 뜻을 나타낼 때 위에서처럼 ‘어짜피’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어차피’가 맞는 말이다.

소리를 착각해 ‘어차피’를 ‘어짜피’라고 적기 쉽다. 하지만 ‘어차피’가 한자어에서 온 말이고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알면 ‘어짜피’로 헷갈려 쓰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於此彼)’는 ‘어조사 어(於)’에 ‘이 차(此)’ ‘저 피(彼)’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이 차(此)’가 ‘이렇든’, ‘저 피(彼)’가 ‘저렇든’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짜’가 아닌 ‘차’로 바르게 적을 수 있다.
 
‘어차피’는 ‘어차어피(於此於彼)’가 줄어든 말이다. 따라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어차어피’ ‘어차어피에’로도 바꿔 쓸 수 있다. “동생에게 산타가 없다고 말한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어차어피 알게 될 진실을 미리 알려준 것뿐이다” “어차어피에 엄마는 비싼 선물은 안 사주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산타에게 항상 소박한 선물을 적은 편지를 썼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입력 2018.12.24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