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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04 15:20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판이하게 다르다고요?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  
   https://news.joins.com/article/23204734 [1]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다 보면 부부간에 취향과 습관이 비슷해져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분명 존재하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이러한 차이에 대해 “우리 부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문제가 생기면 매번 싸움으로 끝난다” “판이하게 다른 취향 때문에 취미 생활을 같이할 수 없다”와 같이 푸념하는 글이 많이 올라 있다. 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성향과 성격을 지니고 있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판이하게 다른 취향 차이로 인해 다양한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니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점이 나쁘기도 하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판이하게 다른 성격’ ‘판이하게 다른 취향’ ‘판이하게 다른 성향’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판이한 성격’ ‘판이한 취향’ ‘판이한 성향’으로 고쳐 써야 바르다.
 
‘판이(判異)하다’는 ‘판가름할 판(判)’ 자에 ‘다를 이(異)’ 자를 써서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상태 등이 아주 다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다”고 하면 “아주 다르게 다르다”와 같이 중복된 형태가 되므로 ‘판이하다’ ‘다르다’ 중 하나를 선택해 써야 한다.
 
많은 이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쓰는 이유는 ‘판이하다’를 ‘아주’ ‘매우’ 정도의 뜻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이하다’는 ‘다르다’와 의미가 중복되므로 같이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
 
이와 비슷하게 간혹 “상이하게 다른 계약 조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와 같이 ‘상이하게 다르다’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상이하다’가 ‘서로 다르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 중복된 표현이 될 수 있으니 ‘상이한 계약 조건’ 또는 ‘매우 다른 계약 조건’ 등으로 고쳐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입력 2018.12.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