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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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9-17 12:27
[부산일보] [바른말 광] 고려 시대 담배 무역?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0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808290… [4]

'병자호란으로 조선 땅이 다시 황폐해지자 백성들은 감자며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로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이 문장, 알고 보면 엉터리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조엄: 조선 영조 때의 문신(1719~1777). 자는 명서(明瑞). 호는 영호(永湖). 대사간, 이조 판서를 지냈으며 1763년에 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고구마 종자를 처음으로 들여와 재배·저장법을 소개하였다.
 
이러니 병자호란이 일어난 1636년 무렵에 조선 사람이 고구마를 먹었을 리가 없다. 감자 역시 조선 순조 때인 19세기에 처음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으니, 저 시대 구황작물이었을 리가 없을 터.(보다시피 표준사전엔 '통신사'로 돼 있다. '조선통신사'는 일본식.)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만 못 하더라' 하는 상주 모심기 노래도 임진왜란 이후에 생겼다과 봐야 한다. 중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초(고추)가 일본에 전해진 게 1542년이라 하니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을 터.

이처럼, 어떤 말에는 풍속과 세월을 알 수 있는 나이테가 숨어 있다. 한데, 이런 세월을 거스르는 실수를 표준사전이 종종 한다.

*공어하다(供御--): 임금에게 물건을 바치다.(이때 성안이 오래도록 포위되어 공어하는 물자가 모두 부족하였는데, 한흥사 승려 희안이 백지 40권, 산채와 나복채 한 가마니씩을 바쳤다.<번역 인조실록>)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갇힌 상황을 다룬 듯한데, 문제는 '가마니'다. 이 물건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1900년대 초로, 일제가 수탈을 위해 가마니틀까지 한꺼번에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니 조선 인조 때에 가마니라는 말이 쓰였을 리가 없다. 원전에 '各一石(각일석)'이라 돼 있으니 '산채와 나복채 한 섬씩'으로 번역하는 게 옳았을 터. 물론 이 보기글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기는 하나, 잘못된 것을 인용한 잘못에서 벗어날 순 없다. 그래도 뭔가 억울하다면, 다시 표준사전을 보자.

*무역하다(貿易--): ①지방과 지방 사이에 서로 물건을 사고팔거나 교환하다.… ②나라와 나라 사이에 서로 물품을 매매하다.(…고려는 주로 남송과 담배나 인삼을 무역하였다.…)

원산지인 아메리카에서 담배를 맨 처음 유럽으로 가져간 콜럼버스가 1451년, 그러니까 조선 문종 때 태어났는데, 고려 때에 이미 남송과 담배 무역을 하였다니, 이건 뭐 도대체….



jinwoni@busan.com
이진원 교열부장
입력 : 2018-08-29 [19:23:30] 수정 : 2018-08-29 [19: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