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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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09 15:36
[조선일보] [양해원의 말글 탐험] 올림픽 금메달과 우리말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1/2018030102141.htm… [31]

가위바위보를 해도 이겨야 한다는 일본. 여자 컬링 준결승은 그래서 더 조마조마했다. 예선 때 유일하게 지기까지 했으니. 빙속(氷速)에서 이상화가 한순간 고다이라 나오 기록을 넘었을 때는 저절로 손을 모았다. 하기야 일본하고 붙었다고만 그랬으랴.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 최고 자리를 다투는 일인데. 승패에는 이토록 매달리건만, 말과 글 다루는 우리 마음가짐은 사뭇 다르다.

스켈레톤 중계방송을 속 깊게 살핀 어느 젊은 독자가 꾸짖었다(조선일보 2월 21일 A28면). 3·4차 시기 150분 동안 지상파(地上波) 3사에서 370번, 480번, 590번 영어가 튀어나왔단다. 스타트(start), 피니시(finish), 레이스(race), 레코드(record) 따위가 1분에 두서너 번. 올림픽의 흥분에, 운동 경기 특성에 한때 그랬다 치자.

요즘 신문·방송에서 '요리사'는 싹 사라졌다. '조리법'이 남아날 리 없다. '셰프(chef)' '레시피(recipe)' 해야 쿨(cool)하다 여기는 모양이다. 이 '쿨하다'도 멋지다, 신선하다, 담담하다 하면 어감이 살지 않는다거나 촌스럽다 핀잔 듣기 십상이다.

'힐링(healing)' 대신 치유, 위안이라 썼다가는 병이 도지기라도 한다던가. 언제부터 그렇게 고객의 '요구' 제쳐놓고 '니즈(needs)'를 받들었을까. 방방곡곡 '명소(名所)'는 사라져가고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머리글자'를 이렇게 풀이한다. '「1」=이니셜(initial). 「2」한 단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글자.' 사전이 '본보기'가 아니라 '롤모델(role model)'이 되려는가. 글로벌 세상, 글로벌 나라답다. 이런 자리에서 '글로벌(global)' 운운하면 나무랄 일 아닌가. 한데 보통 기사에서 '국제적' '세계적'이라 하면 되레 낯설 지경이다.

독립 만세 소리 우렁찼던 새봄이다. 나라 살리는 길도, 망치는 길도, 멀리 있지 않다. 아무러면 우리말보다 올림픽 금메달이 소중할까.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 2018.03.02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