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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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30 16:07
데스크의 주장-충청타임즈 이재경 부국장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432  
박시연이 여자랑 결혼을 하다니 
데스크의 주장 
 
 2012년 10월 07일 (일)  이재경 기자  silvertide@empal.com 
 
 
이재경 부국장(천안)

에피소드 하나. 1년 전 인기 여배우 박시연에 대한 기사가 연예면을 장식했다.
그가 결혼을 앞두게 됐다는 내용이었는데 황당하게도 상당수 언론이 기사에서 배우자감의 신분을 남자가 아닌 여자로 표현하는 오류를 범했다.

언론사들이 내보낸 기사를 보면 '박시연의 결혼 상대자는 든든한 집안 배경까지 갖춘 재원'(A사), '예비남편 P씨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재원으로….'(B사), '예비신랑은 증권업계에 근무하는 재원으로 알려졌다.'(C사), '4살 연상의 박시연 예비신랑은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재원….'(D사) 등. 한결같이 언론들이 '재원'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게 잘못된 것이었다.

재주 재(才)자와 여자 원(媛)자를 합쳐서 재원(才媛)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다. 즉 여자한테만 쓸 수 있는 표현을 P씨에게 쓰는 바람에 졸지에 박시연은 남자가 아닌 동성(同性)의 여자와 결혼하는 배우가 돼버렸다.

기사를 본 네티즌들이 댓글로 한마디씩 했다. 기자가 한자 공부도 하지 않는다, 박시연을 레즈비언으로 만들었다,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등 힐책이 쏟아졌다.

쓴 기자도 문제지만 이 잘못된 표현을 그대로 '노출'한 언론사들도 책임을 면하지 못했다. 교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언론사 데스크의 이차적인 잘못이 박시연을 레즈비언으로 만들어버린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국내 신문사 편집국에서 교열부가 사라지고 있다. 재정 형편이 넉넉한 중앙지 10여 곳을 빼고는 대다수 지방사가 교열부를 없애는 중이다. 실태를 보면 심각하다.

국내 언론사 교열부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어문(語文)기자협회에 따르면 한국기자협회 소속 전국 45개 지방 언론사 가운데 어문기자협회 회원사는 2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재 교열부가 있는 곳은 10여 곳 남짓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앙지들도 교열부가 있지만, 재정형편을 이유로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교열이 제대로 이뤄지지않으니 폐해도 심각하다. 오·탈자는 물론이거니와 문법에도 맞지 않는 문장이 버젓이 기사로 가공돼 독자들에게 '배달'된다.

주목되는 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의 역할이다.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제정에 따라 출범한 지발위는 말 그대로 중앙 언론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역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펼치는 사업도 다양하다. 매년 지방 일간지 30여 곳과 주간지 50여 곳 등 80개 언론사에 6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획취재 지원, 프리랜서 운영 지원, 콘텐츠 지면개선 지원, 시민기자 활용 지원, 연수교육 및 조사연구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쉬운 건 지원 분야에서 교열부문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신문에서 교열의 중요성은 독자에게 바른말과 글을 전달해주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인데 지발위가 지방신문사의 교열부 유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일정 부문 지원해주면 어떨까. 1~2명 정도의 인건비라도 지원해준다면 없어졌던 교열부도 다시 생겨날 수 있다.

신문이 주는 맹목적인 공신력은 파급 효과가 절대적이다. '신문에 났더라'하면 그게 곧 진실이 되고 신문에 쓰이는 어휘와 단어는 곧 사전에 올려져 있는 것과 같은 '절대 어문'이 된다.

내일이 한글날. 신문이 우리 말과 글을 잘못 사용해 독자들을 오도(誤導)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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